[오세성의 블로소득] 정부 방치 속 사기주의보…투자자 보호 나선 가상화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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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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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치 속 급변하는 시장 상황
진흥부터 규제까지 업계가 주도하는 모양새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방치 속에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자 암호화폐공개(ICO)의 맹점을 악용한 사기성 암호화폐(스캠)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는 ICO의 부작용을 줄이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공항동에 본사를 둔 한 해운건설업체는 최근 울릉도 인근에 침몰한 러시아 선박에서 금화를 인양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업체는 침몰선에서 발굴할 수 있는 금화의 가치를 150조원(약 3000톤)으로 공표한 뒤 이를 담보로 하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프라이빗 ICO로 판매 중이다. 암호화폐 보유자에게는 150조원의 10%를 이익배당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당 암호화폐는 향후 업체의 사설 거래소를 통해 원화로 환전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들은 이더리움이나 자사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지불해 자사 암호화폐를 사도록 하고 있다. 또 100만원 이상 암호화폐를 구매한 이들은 센터, 자문위원 등으로 등급을 높여주고 암호화폐 판매 실적 등을 올린 이들에게는 더 높은 등급을 준다고 홍보한다. “연봉 10억 이상 꿈을 실현시켜주겠다”는 문구도 내걸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러한 판매 행위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달리 상품권은 지급보증이 되기에 현금성을 가지며, 상품권을 모집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보물선 인양에 수익이 좌우되는 암호화폐를 발행자가 직접 원화 거래가 가능한 환전소까지 운영하는 격이기에 해석에 따라 도박개장죄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매 구조가 피라미드식 다단계 형태를 띤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암호화폐가 등장하는 이유로 ICO의 허점과 정부의 방임을 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기업공개(IPO)와 달리 ICO는 백서만 발행하고 자금을 모은다. 세부적인 사업내역을 알릴 필요도 없고 투자금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잠적해도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새로 생겨난 만큼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 등에는 보완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정부는 암호화폐가 통화나 화폐가 아니라고 규정한 뒤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에스크락 작동 구조도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업계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DAO(분산형 자율조직) 개념과 ICO를 결합한 ‘다이코(DAICO)’를 제안했다. ICO와 동일하게 투자가 이뤄지지만, 투자자들이 회사가 출금할 수 있는 자금 한도를 정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가 정상 진행되지 않거나 실패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캐나다 증권거래소(SEC)는 ICO의 대체 수단으로 보안토큰공개(STO)를 제시한다. STO는 ICO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를 매개로 삼지만, 유가 증권을 제공하기에 투자자들은 증권시장에 도입된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나온 아이디어도 있다. 한국M&A센터는 전자상거래에서 쓰이는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응용한 에스크락(ESC LOCK)을 선보였다. ▲ICO 후 6개월 내 거래소 상장 ▲상장 후 1개월간 일정 가격 유지 등 기업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투자금을 지급한다. 한국M&A센터가 투자금을 중간에서 보관하기에 ICO 과정 중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환불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보완책을 내놓을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고 신뢰를 얻는 것을 정부가 아닌 업계가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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